음식을 먹을 때의 만족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맛이 주는 느낌이 내 몸에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하여는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하여는 어렴풋이 좋게만 생각한다.

왜 맛있게 먹어야 하는지? 하고 질문을 해보면 왠지 추상적이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어떤 영역을 건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평소에 맛을 대화의 주제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몸은 맛있게 먹어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좋아한다. 누구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기본적 욕망이 있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맛은 생리적, 물리적, 감성적으로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추구하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맛있는 집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맛있는 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얻은 풍요로움이 맛있는 집을 더 많이 찾게 한 것이다.

인간은 먹기 위해서 살아왔다는 인류학자들의 표현은 너무도 직설적이지만 5천년 이상의 역사에서 맛의 역할은 삶의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의학이론의 뿌리라 하는 황제내경에서는 2천년 전부터 약초들을 맛으로 구분하여 인체를 치유해 왔으며 동의보감 또한 맛의 원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치료해 왔다. 맛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쁨을 주는 그 이상의 치유와 치료의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감별하기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오래도록 살고 있는 자기 지역을 넘어 환경이 다른 타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자신이 가졌던 맛의 기준이 그 지역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맛은 어릴 때부터 습관화된 입맛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적 특성이 만든 문화적 생활권에서 형성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가 주장하는 맛의 기준은 자신의 성격과도 긴밀하게 연관 되어있다. 맛은 한의학에서 말하듯이 장기들과 연관이 있으며 장기는 성격과도 연결되어 있다. 맛은 단순함을 넘어서는 느낌의 광대한 영역에까지 반응하면서 결국에는 감정을 자극하게 한다.

어릴 때부터 어떤 맛을 습관적으로 먹고 살았는가에 따라 나의 성품이 변하기도 하고,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행복의 지수를 높이기도 하는 맛의 영역은 가히 한계없는 넓이와 알기 힘든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맛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두배 이상으로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이제는 맛이 주는 행복을 찾을 때이다. 맛있게 먹으면서 얻어지는 행복감을 좀 더 깊이 새겨서 내 몸이 즐겁게 하는 정보가 필요한 때이다. 누구나 전문적인 미식가의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한 풍요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맛과 영양은 별개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입안에서의 맛은 삼키면서 부터 감정 에너지를 발동 시키는데 영양의 흡수는 수 시간이 지나고서야 에너지로 만들어 진다. 영양은 맛과는 다른 점이 많지만 결국은 몸을 즐겁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맛있게 먹으면 즐거움이 온 몸을 반응시키면서 부정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풀어지게 한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맛있는 것을 찾는 것이 이러한 이유이다. 이럴 때 더욱 맛있게 먹으면 기쁨의 감정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더 많이 풀리고 고통과 아픔도 순간적으로는 멀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맛있게 먹는 것을 이야기하면 많은 이들이 배고프면 맛있다고들 한다. 배고프면 물론 맛있다. 배만 부르기 위해 먹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맛을 탐구하는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맛을 찾는다. 사람들은 배부름에 가려진 맛이 주는 감각들을 찾아내어 충분히 경험하고 더 많은 만족을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 속에서 수준 높은 예의와 격식을 만들어 가면서 맛을 예찬하고 그 맛이 주는 만족으로 몸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의 미식가들이다. 이렇게 맛을 즐기는 그네들은 유명인들 만큼의 예우를 받으면서 미식가로서 즐기고 있다.

우리 민족은 감성이 뛰어나서 맛이 주는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신체적 구조를 가졌지만 실제로 맛을 즐기는 수준은 높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의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중국의 상류층 사람들은 맛에 관해 남다르게 즐기고 있다.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과 풍습 그리고 기후 상황은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역마다 전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누구나 맛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아직 맛을 즐기는 문화가 성행하지 못한 것은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한 빨리빨리 문화가 앞서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시대이다. 평안함 속에서 창의적이 발상이 많이 나온다. 이제 맛이 주는 여유와 만족을 즐기면서 마음과 생활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해 예절을 중시하는 민족도 있고 정성들인 요리를 중시하는 민족도 있다. 하지만 맛있게 먹어서 반응하는 내 몸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맛을 빨리빨리 즐기는 우리의 음식 문화는 좀 더 깊은 맛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구 87명당 식당 1개라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식당 숫자를(인구대비) 가진 것도 맛을 다양하게 즐기는 문화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상이지만 우리 맛의 세계화를 위하여 먼저 우리들부터 맛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맛있게 먹는 것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은 욕망을 위한다는 것보다 자신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더 깊은 곳에 잠재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다. 오늘도 맛이 주는 기쁨으로 행복의 길이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밥상이 기다리고 있다.

정오신문 기고 中.

 

조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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